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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혹독한 겨울에 대비하자
기사작성 : 2019-08-23 15:06:52
시사터치 기자 sisatouch@sisatouch.com

2019년 8월 22일 남충희 기고

겨울이 온다

  [시사터치 기고] = 차디찬 경제의 ‘겨울’이 온다. 확률이 높다. 수많은 언론보도가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은 8개월째 감소 추세이고, 작년부터 주가와 원화 가치 하락은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외 42개 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떨어져 이제 2.0%이다. 최근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1.9%로 하향 조정했다. 스탠더드차타드는 심지어 1.0%로 예측했다. 경제규모가 큼지막한 ‘농구공’ 같은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은 2~3% 등 낮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야구공’ 같이 작은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이 선진국보다 더 낮아진다니, 그 심각성이 끔찍하다.

  최근 청와대 정책실장도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은 세계경제 침체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 늘 해왔던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곧 나타날 터이니, 조금 기다려 달라’는 말은 이제 사라졌다. 이제야 경제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경제정책 전환은 기대난망이다. 실물경제의 주체인 기업인들과 대화해 보니, 재무건전성 확보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업 및 투자의욕은 찾아볼 수조차 없다.

  더구나 미·중 무역 분쟁이 지속되어, 우리나라 제1교역국인 중국의 수출이 감소하고, 따라서 생산이 줄면, 중간재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우리의 경제는 큰 타격을 받는다. 한·일 경제전쟁 역시 기업인들에게는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 그 자체다.

  겨울은 혹독할 것이다. 최근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됐다. 정상적이라면 단기(2년)보다 장기(10년) 만기 국채의 금리가 당연히 높아야 한다. 오랫동안 돈을 넣어 놓는 정기예금 금리가 높은 이치와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단기(2년) 보다 장기(10년) 만기 국채의 금리가 더 낮아져 버렸다. 향후 10년 동안 다른 곳에 투자해도 큰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투자자들의 예측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불황을 예고하는 신호로 읽힌다. 과거 일곱 번 이런 역전현상이 일어났을 때, 예외없이 평균 22개월 후에 미국에 경제위기가 닥치곤 했다. 미국은 우리나라가 수출을 많이 하는 제2교역국이다. 우리 경제는 혹독한 겨울을 만나게 된다.

대전시, 각종 개발사업 재검토

  대전의 경제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세계와 국가경제의 영향을 받는다. 대전경제 역시 모진 겨울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비할 수는 있다. 기조는 재정건전성 유지다. 급하지 않은 사업들은, 설령 그것이 시장의 공약 사업이었더라도, 시행을 재고해야 할 때다. 예를 들면, 둔산센트럴파크, 베이스볼 드림파크, 보문산 관광단지,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 등 각종 대형 개발사업과 도시철도2호선 사업이다. 엄청난 재정투자가 예상되는 이런 사업들을 다시 따져 봐야 한다. 과연 이러한 사업들이 추진과정에서, 경제난을 극복할 정도로 대전의 생산과 고용을 촉발하는, 지역경제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추진하고 싶다면 우선 입증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유치 같은 일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 정말 신경 쓸 곳은 이렇게 많다.

대전시, 재정건전성 유지 및 경영혁신

  대전시 재정건전성은 다행히 해마다 향상되어 왔다. 그러나 중장기적 경제상황 변화에 대한 둔감성이 우려된다. 세입 여건 악화를 예상해야 한다. 지방세 수입은 감소할 것이고, 저성장 기조에서 국가보조금 감소도 예상된다. 불요불급한 사업을 가려야 한다.

  대전시가 기존 발행한 지방채는 약 6,000억원이다. 행안부에 승인을 받아 놓은 지방채 4,500억원을 합하면 전체 지방채는 1조원이 넘게 된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부지 일곱 개 중 하나인 월평공원 갈마지구 사유지 매입에만 900억원이 소요된다. 전체는 얼마나 될지 가늠도 어렵다.

  게다가 지난해 국감에서도 지적되었다. 허 시장의 93개 공약 중 100억원 이상 소요되는 것이 40개, 1,000억원 이상이 10개가 된다. 총 사업비가 3조 5,982억원으로 임기 중 2조 5,900억원이 소요된다.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가 힘들어지는 추운 겨울에 이 돈을 어찌 다 마련하려는가? 공약사업의 재조정이 필요한 경제환경이다. 발표를 다시 해야 한다.

  대전시 산하기관들의 부채와 경영적자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국감에서 대전도시공사의 4,487억원이라는 막대한 부채, 시설관리공단의 500%라는 엄청난 부채비율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문제도 작지 않다. 2016년부터 적자가 계속 증가 중이다. 350억원, 484억원, 660억원에서 올해는 적자 규모가 과연 어느 정도나 될지 걱정이다. 대전시가 경영혁신 방안을 내 놓아야 할 시점이다.

대전시, 각종 경제 및 복지 정책 정비

  돈은 크게 들지 않지만 효과가 큰 일부터 가려서 해야 한다. 대전의 중소기업들과 대기업, 연구소, 대학들의 교류촉진 정책, 성장단계별 맞춤형 컨설팅 지원 정책, 대전의 중소기업을 위한 판로개척 지원 정책 등이 그 예다. 대전의 자영업 폐업율은 이미 전국 평균보다 높다. 월평균 영업이익이 200만원 미만인 자영업자가 대전 전체 자영업자의 61%나 된다. 경제가 악화되면 가장 먼저 큰 피해를 볼 취약층이다. 재교육 프로그램, 컨설팅 지원사업, 사회안전망 재점검 등이 긴요하다.

  경제는 심리전이다. 4차산업혁명특별시 공약 자체는 훌륭하다. 전임 시장 재임 시절에 추진위를 설치해 4개 전략 17개 과제를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과가 전혀 없다. 상호연관성을 따져보지 않은 사업들의 백화점식 나열은 분명 실패한다.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조속히 비전과 전략을 다시 밝혀야 할 때이다.

대전시, 정책기조의 변화

  지자체장들은 통상 눈에 직접 보이는 성과를 우선 추구한다. 주로 ‘하드웨어’를 만드는 개발사업이다. 막대한 재정투자에도 불구하고 차디찬 겨울에 이러한 개발사업은 얼어붙게 마련이다. 대전은 이미 성장 쇠퇴 지역으로 분류된다. 비록 비가시적이더라도 성장동력을 만드는 ‘소프트’ 정책을 추진할 시점이다. 돈이 크게 들지 않는, 그러나 중요한 일을 우선 열심히 추진할 때이다. 부디 미래의 경제환경을 내다보기를 바란다. 정책적 변화를 조속히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자. 혹독한 겨울을 맞을 공산이 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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