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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감사로 긴장하는 선생님, 피해는?
기사작성 : 2018-07-10 23:04:00
이용민 기자 yongmin3@daum.net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시사터치 이용민 기자] = 세종지역 한 고등학교에서 연간 교육계획에 기재한 학생들의 생활태도 평가를 두고 교육청이 감사에 나섰다.

 지난해 A 학교가 작성한 학교교육과정운영계획에서 학생들의 생활태도를 분석하고 개선방향을 기재한 내용에 구도심 학생, 신도심 학생, 타 지역 전입생을 편향적으로 구분한 내용이 있다는 이유다. 구도심 학생을 생활수준과 가정환경 면에서 낮게 기록했다.

 세종시교육청 감사관실은 해당 학교의 2017년도 학교교육과정운영계획에 대한 계획단계부터 작성과정까지 전부 훑어본다는 계획이다. 또 감사결과 문제점이 발생하면 관련자들에 대한 응분의 처분도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적 차원에서의 분석이 감사까지 받을 만한 사안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고, 문건 작성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감사의 피해는 학기 중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숙고가 필요해 보인다. 더군다나 징계까지 받게 된다면 해당 교사들의 스트레스가 교육현장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이번 교육청의 감사는 해당 사안이 알려지며 교육단체를 포함한 구도심 지역민 7명으로 구성된 비대위가 A 학교에 대한 감사와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며 이뤄졌다.

 최교진 교육감은 사과와 함께 철저한 감사와 관련자 조치, 학교장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등 사안을 매듭짓기 위한 비대위 측의 요구를 수용한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비대위의 강력한 요구는 현재 어느 정도 수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위원인 박용희 시의원은 “처음에는 분노가 컸지만 교육감과 학교장께서 사과 하고 서로 모여 논의하는 자리를 갖으면서 처음보단 많이 누그러졌다”며 “분노감만 있고 정보는 없는 상황에서 지금은 정보를 더 많이 알게 됐고, 특수한 상황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 학교의 특수한 상황이란 신설학교라는 점이다. 2013년 신도심 지역에 신설된 학교로, 신도심 지역 학생과 구도심 지역에서 학교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 타 지역에서 전학 온 학생들이 다녔다.

 해당 학교 관계자에 의하면, 당시는 고교 평준화 전이라 시험 성적 미달로 구도심 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해당 지역 학생들 일부가 신도심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다. A 학교에서 구도심 학생들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로 보인다.

 또 구도심 지역 전체 학생들이 아닌 A 학교에 다녔던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의 생활태도 분석이라는 점에서 해당 학교를 다니거나 졸업한 구도심 학생 및 관계자들의 반발은 이해되는 부분이지만 구도심 지역민의 반발은 수긍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하지만 일부 특정 지역 학생들에 대한 편향된 평가 내용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공개한 점은 비난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박용희 시의원은 “그런(편향된) 문구가 2017년 한 해만이 아니라 2014년부터 3~4년 연속적으로 있었고, 검토되지 않고 계속적으로 나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재 교장, 교감은 새로 오신 분들인데, 이분들은 검토를 해서 올해 교육과정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 “신설학교라 많이 복잡했을 것이다. 안정을 위해 경력교사가 좀 있었어야 하는데 신규가 많아 대처에 미흡했다”며 “A 고등학교만의 특별한 상황이었는지 비교를 위해 전체 고등학교의 학생 실태분석 자료를 요청해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이 언론에 오르내리며 감사로까지 확대되면서 정작 피해를 입는 쪽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다.

 A 학교의 학부모들은 좋지 않은 일로 학교 이름이 거론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나타내고 있고, 감사로 인해 몇몇 교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교육현장으로 가기 때문이다.

 윤형권 시의원은 “처음 작성한 분이 의도적으로 특정지역을 비하하려 한 게 아니라 여건에 대한 표현을 너무 순진하게 한 것”이라며 “학생들이 이 문제를 알게 돼 위화감이 조성될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어른들은 (감사로) 처벌하면 속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아이들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학부모들은 판단해야 한다”며 “학생들의 감수성이 예민할 때인데 감춰서 처리해야 할 일을 자꾸 드러내서 결국 감정싸움이 됐다”고 우려했다.

 학교 자체적으로 문제를 바로잡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들을 할 수 있음에도 사안이 확대돼 공론화 된 것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다.

 박용희 시의원은 “감사나 문책이라는 자체만으로도 많이 위축되게 했을 것 같다”며 “이쪽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의견들도 많다는 것을 전달해줬으면 한다. 학교장과 선생님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일 시작된 A 학교에 대한 교육청의 감사는 오는 13일까지 진행되고, 최교진 교육감은 17일 비대위와 대책안에 대해 상의할 예정이다.

/yongmin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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